에서와 야곱 형제 간 큰 갈등은 결국 원수의 사이가 되었습니다.
이제 야곱은 언제 돌아올지 기약 없는 도피생활을 시작합니다.
어제도 말씀드렸지만 인간의 욕심에 의한 목적 달성은 죄를 낳고
자신의 삶도 점점 더 괴로워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는 동생이 도피한 이후 형 에서의 삶을 다루고,
야곱이 외삼촌 라반의 집으로 가는 여정 속에서 그를 만나주신 하나님의 약속과
그리고 그가 드린 제사를 볼 수 있습니다.
에서는 이방 여인과 가정을 세웠습니다.
부모인 이삭과 리브가는 이 점이 늘 아쉽고 못마땅했습니다.
26장 34-35절에서 에서가 마흔에 헷 족속 브레이의 딸 유딧과
헷 족속 엘론의 딸 바스맛을 아내로 맞이했습니다.
이로 인해 두 사람은 마음에 근심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야곱을 떠나보내는 과정 속에서 리브가는
에서가 이방여인과 결혼한 것으로 인해 기쁨이 없다는 것을 재차 언급하면서
떠나보내는 야곱은 꼭 외삼촌의 딸들 중에서 아내를 얻으라는 당부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 6-9절에서 에서는 부모 마음의 근심을 조금이라도 덜고자
아버지 이삭의 배 다른 형제 이스마엘의 딸 마할랏을 다시 아내로 맞이합니다.
이렇게 에서의 인생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그는 항상 한 박자 늦었습니다.
장자권의 가치를 팔고 난 후에 후회했습니다.
부모가 이방 여인을 싫어한다는 것을 두 명과 결혼한 후에 알았습니다.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려 한 것은 야곱이 떠난 후였습니다.
에서는 감각이 없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느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느끼는 것을 제때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습니다.
에서는 현재에 사는 사람이었기 때문입니다.
지금 배고프면 지금 먹어야 했고,
지금 좋으면 지금 취해야 했습니다.
장자권의 미래 가치보다 지금 당장의 팥죽 한 그릇이 더 실감 났습니다.
히브리서는 에서를 가리켜 이렇게 말합니다.
한 그릇 음식을 위하여 장자의 명분을 판 에서와 같이 망령된 자가 없도록 살피라 (히 12:16)
에서의 문제는 악함이 아니라 근시안이었습니다.
가까운 것만 보이고, 먼 것은 보이지 않는 삶.
지금의 감정은 풍부하지만, 하나님의 뜻과 때를 내다보지 못하는 삶입니다.
혹시, 우리 안에도 이런 모습이 있습니까?
하나님 앞에 반응은 합니다.
예배도 드립니다. 감동도 받습니다.
그런데 그 감동이 삶의 변화로 이어지지 않고,
제때의 결단이 되지 못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에서의 뒤늦은 순종은 부모의 마음을 기쁘게 하지 못했습니다.
순종은 타이밍이 있습니다.
하나님이 말씀하실 때, 그때 반응하는 것이 진짜 순종입니다.
본문은 이제 열심히 형 에서에게서 도망나와 외삼촌의 집을 향하고 있는 야곱을 보여줍니다.
야곱은 브엘세바를 떠나 하란으로 가는 중입니다.
몇 날 며칠을 가야 합니다. 혼자 떠난 길입니다. 모든 것을 잃은 사람, 야곱이 보여야 합니다.
죄의 대가가 이렇게 무섭습니다. 얼마나 떠나기 싫었을까요?
부모와 생이별을 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오만 가지 생각이 밀려왔을 것입니다. 후회도 밀려오고,
형에 대한 두려움도 밀려오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막막함도 밀려옵니다.
그렇게 하염없이 걷다 보니 어느새 해가 졌습니다.
그래서 야곱은 지금 노상에서 잠을 청합니다. 베개는 돌덩이입니다.
저도 대학 시절 거지순례라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습니다.
시골 마을 마을을 걸어 다니며 복음을 전하고, 집집마다 밭일도 돕는 것입니다.
어르신들이 고생한다고 감자도 쪄주시는데 체해서 다 게워 낸 적도 있었습니다.
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말이 있는데, 정말 그것이 무엇인지를 몸으로 배웠습니다.
너무 걷는 게 힘들어서 이렇게 기도하기도 했습니다.
하나님, 너무 걷는 게 힘들어서 그런데 우리 거지순례팀 복음 전하다 탈진하겠어요.
그러니 트럭 한 대만 보내주세요.
그렇게 모두가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며 걷다가
정말 기적같이 저 멀리서 파란 포터 트럭이 오는 겁니다.
얼른 붙잡아서 "가시는 길에 나오는 마을까지만 저희를 태워주세요!" 했더니 태워주셨습니다.
그때 느꼈습니다. 아, 하나님이 내 기도를 들으셨구나!
그날 밤 야곱이 꼭 그랬을 것입니다.
배는 고프고, 온몸은 지쳐 있고, 돌을 베개 삼아 겨우 눈을 감은 그 밤에
하나님이 그렇게 찾아오셨습니다.
하늘에서 사다리가 내려왔습니다. 천사들이 하늘과 땅을 오르내리고 있었습니다.
그 사다리 위에 하나님이 계셨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말씀하십니다 (13-15)
나는 여호와니 너의 조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요 이삭의 하나님이라
내가 너와 함께 있어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너를 지키며 너를 이끌어 이 땅으로 돌아오게 할지라.
내가 네게 허락한 것을 다 이루기까지 너를 떠나지 아니하리라.
야곱은 지금 거짓말쟁이입니다. 아버지를 속이고 도망 중입니다.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야곱의 과거를 먼저 묻지 않으셨습니다.
야곱의 자격을 먼저 따지지 않으셨습니다.
아브라함과 이삭에게 이어온 그 언약을, 도망자 야곱에게 그대로 이어주셨습니다.
야곱아, 이제 내가 너의 하나님이 되어주겠다. 두려워하지 말아라!
잠에서 깬 야곱은 두려웠습니다. 하나님을 만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두려움이 야곱을 도망치게 하지 않았고 오히려 무릎 꿇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베개로 삼았던 돌을 일으켜 세워 기둥을 삼고, 그 위에 기름을 부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름을 벧엘, 하나님의 집이라 불렀습니다.
피곤한 몸을 기댔던 돌베게가 제단으로 바뀌었습니다.
고난이 곧 하나님을 만나는 인생의 축복으로 바뀌었습니다.
하나님을 만났기 때문에 축복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야곱은 그 자리에서 하나님께 서원합니다.
자신을 평안히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게 하실 하나님을 나의 하나님으로 고백하고
허락하시는 모든 것의 십일조를 드리겠다는 고백을 드립니다.
인생의 전부를 잃었던 그가, 이제 하나님이라는 전부를 가진 자가 되었습니다.
집도 없고, 재산도 없고, 가족도 곁에 없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는 그 누구도 부럽지 않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절대 확신이 그 모든 것을 대신했습니다.
벧엘에서 드린 그 예배가, 앞으로 야곱이 평생 하나님을 바라보며 살아가게 하는
믿음의 분기점이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우리 인생에 다 각자의 삶 속에 야곱과 같이 무너져내려서
돌베게에 의지하여 간신히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다 아십니다.
그리고 이러한 인생에 하나님이 찾아오심은 우리를 바꾸시기 위함입니다.
아무것도 없던 자리가 벧엘이 됩니다. 돌베개가 제단이 됩니다. 도망자가 예배자가 됩니다.
하나님이 전부인 삶, 그것이 가장 충만한 삶이라는 것을 저와 여러분이 믿음으로 고백하는 새벽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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